70년 된 구옥을 고쳐 만든 

김소영의 작업 공간인 '글씨당'

2021년 2월부터 현재까지의 기록입니다.


'Geulseedang' 

Kim So-young's workspace in a renovated 70-year-old building Here is a record of the period from February 2021 to the present.



2023년 2월 23일 글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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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당근 하느라 분주했다. 쓰던 책장, 조명, 간이 테이블, 의자 심지어 밥솥까지 내놓았는데 워낙 싼값에 올린 터라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흥미로운 것은 물건을 사고 싶다는 채팅은 어떤 연락보다 설렌다. 괜한 기대감이 드는 것은 상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동네 주민이며 알던 지인도 만나고 재밌다. 내가 이 작은 동네의 유명 인사가 맞긴 한가보다. 열 명 중 일곱 명이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해주니 고맙다. 여러모로 당근 마켓은 잘 만든 서비스다. 동네 이웃들과의 소통은 물론 이용할 때마다 공간과 통장에 비움과 채움이 동시에 일어난다. 처음 시작은 청소였다. 작업을 하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 쌓인 종이며 접시며 먹물 찌꺼기가 굳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작업 책상 주위의 종이를 버리고 쌓인 벼루를 닦고 접시를 치우기 시작했다. 사실 적당히 위만 치우려던 것인데 온 사방을 뒤집어 놓게 된 것이다. 수납장이며 안 쓰던 조명 등 여기저기서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책상이 깨끗해지니 속이 개운했다. 이어서 수납장 안을 열어 안 쓰던 물건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뜯지도 않은 새것도 많고 버리기는 아깝다. 한곳에 모아둔 자잘한 물건들을 쭉 보니 예전에 수업할 때 쓰던 교재들, 마커, 엽서 종이들, 체험할 때 쓰는 텀블러며 액자들 모두 캘리그래피 수업 때 쓰던 물품들이다. 물건에 깃든 기억들. 초중고, 문화원, 복지관 가릴 것 없이 남녀노소에게 가르치던 둥그런 시간들이 정리하면서 조각조각 떠오른다. 이제는 수업을 하지 않고 나가서 쓰지도 않으니 이 물건들은 공간에서 자리도 힘도 잃었다. 이젠 물건들도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참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가르쳤던 분들께 모두 나눠드렸다. 천둥벌거숭이 같았던 20대를 채워준 고마운 기억들. 한때는 꼭 필요해서 그렇게도 끼고 살았던 것들인데 시절이 지나니 미련 없다. 이전에는 쓰지도 않지만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주지도 못하고 끙끙댔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 조금은 허탈하다. 시간이라는 것은 참 많은 것을 느슨하게 하고 흐릿하게 한다. 뭐든 꽉 찬 상태는 불편하다. 주변을 둘러싼 것들이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비워지고 채워지면서 사소하게 일상이 변한다. 보내는 시간이 달라지고 만나는 사람도 바뀐다. 그것은 곧 삶이 달라진다는 말과 같다. 한바탕 당근 한 주가 지나고 주변을 쓱 보니 휑한 느낌마저 든다. 이제 새로운 것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고인 물은 썩고 오래된 자리엔 먼지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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