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된 구옥을 고쳐 만든 

김소영의 작업 공간인 '글씨당'

2021년 2월부터 현재까지의 기록입니다.


'Geulseedang' 

Kim So-young's workspace in a renovated 70-year-old building Here is a record of the period from February 2021 to the present.



2023년 4월 14일 글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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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노동


기본적으로 몸을 쓰는 동적인 활동에서 흥미를 느끼고 만족할 만한 충만한 쾌를 경험한다. 운동, 율동, 활동 이런 단어들은 그래서 나와 아주 가깝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정적인 붓글씨를 쓰면서도 공연 활동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틈나는 대로 실내외로 정원 가꾸기에 열중인데 거의 글씨 작업 반 정원 작업 반 비율로 하루를 쓴다. 


원래는 실내만 가꾸다가 이웃이 맥문동을 20포트 주는 바람에 마당에 처음 무얼 심기 시작했다. 심고 보니 여기도 저기도 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결국 마당 여기저기 흙을 호미로 갈아대고 파고 뒤집어서 흙이 좋아졌고 곳곳에 이쁘고 여린 것들을 앙증맞게 심었다. 


삭막하던 돌멩이 더미 마당이 푸릇하고 알록달록 해졌다. 뭐 하나를 시작하고 흥미가 붙으면 끝을 보는 성격인데 이렇다 보니 끈덕지게 무언가를 작게 여러 번 성취하는 경험이 소소하게 쌓인다.


몸을 움직여 호미질로 흙을 캐대고 흙덩이를 고르고 가지를 잘라 모양을 내거나 모종이나 나무 따위를 파낸 곳에 심고 흙을 부어 툭툭 두드리는 행위 자체가 개운하고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묘하게 색을 섞고 식물을 배치하고 돌 따위를 두르는 모든 것이 하나의 디자인이고 계획이 필요한 일이다. 때문에 여기 심었다 저기 심는 일이 생기고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공부가 된다. 며칠을 밤낮으로 몸을 썼더니 안 쓰던 근육들이 놀랐는지 앓았다. 지금도 곳곳이 쑤신다.


무엇보다 여러 식물을 접하면서 어떤 류의 배치와 색감 종류의 섞임 따위를 좋아하는지 깊게 관찰하면서 고민하고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재밌다. 생각보다 꽤나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다. 


자라지 않는 것들은 파내보면 뿌리에 문제가 있더라. 이것은 깨달음을 주는 일이었다. 소철 두 그루 중 하나가 잎이 시원치 않아 파보니 밑에 대나무 뿌리가 휘감겨 있어 화분에 옮겨 심어주었다.
흙의 배합에 신경 쓰고 흙을 관리하는 것을 즐기니 장갑을 껴도 손톱 밑은 때가 껴 시꺼멓다. 물줄기를 땅에 뿌릴 때 흔들리는 이파리들 흙을 적시는 눈부신 순간들이 기쁘다.


무엇보다 오후면 체력이 동나는데 힘을 쓰고 들인 만큼 글씨당이 예뻐지고 좋아지니 이 또한 작품 하는 기분인 것이다. 입구에 풀 한 포기마저 허투루 심은 것이 없다. 정원을 가꾸며 안과 밖이 가득히 충만해진다. 
모든 것이 막연하고 불안한 시대에 노동으로 얻은 성취는 작지만 오롯하다. 정직하고 뿌듯하며 실체가 있다. 


나에게 노동이 충만한 쾌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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